아침에 너무 졸려서 못 갈 줄 알았는데, 그래도 운이 좋아서 아침도 빨리 먹고 요가 시작 시간보다 20분 전에 요가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민지 선생님의 모든 클래스는 다 너무 애정하지만, 특히 골반요가는 나에게 꼭 필요한 동작들이 많아 더욱 좋아하는 수업 중 하나다. 오늘 수업은 벽에 기대거나, 도구의 도움 없이 ‘내 스스로 해내는 것에’ 집중해보는 시간이었다. 시작 전 가볍게 목을 풀고 전굴을 하는데, 역시 내 유연성은 손으로 발을 터치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하지만 늘상 있는 일이기에 쓸데없는 힘을 툴툴 빼고 동작에만 집중했다.
긴장감이라는 건 참 신기하다. 난 분명 긴장감을 다 털어냈다고 생각하는데, 수업 초반에는 아무리 긴장을 풀고 아기자세를 해도 이마가 바닥에 닿지 않는다. 난 진짜 모든 힘을 풀었는데. 이마가 바닥에 닿지 않고 허공에 동동 떠서 슬쩍 뒷목이 뻐근하기도 한다. 절대 힘줘서도 바닥에 닿지 않을 것 같은 이마가, 수업이 중간에는 점점 바닥에 붙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아기자세’이겠지만, 이마조차 바닥에 닿지 않았던 나에게는, 요가의 이완 - 강화 동작이 나의 무의식적인 긴장을 녹여준다는 걸 확실히 알게 해준다.
그럴 때면 평소에 내가 얼마나 모든 순간에 힘을 주고 사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아무리 힘을 풀려 해도 양 볼이 항상 묘하게 힘이 가득 실려 있는 게 일상이고, 스트레스가 심한 날의 끝에는 턱관절이 덜그덕거렸고, 치과에서도 턱이 너무 안 벌어진다는 소리를 종종 듣곤 한다. 무의식적으로 힘주는 습관을 고쳐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해결된 적이 없었지만,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시퀀스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몸이 조금은 부드럽게 변화하는 걸 느끼게 된다. 나는 절대 안 될 줄 알았는데.
특히 오늘 수업이 내게 정말 잘 맞았는지, 수업이 끝날 즘에는 평소에 안 되던 전굴이 되었다.
두 무릎을 모두 펴고 검지 손가락으로 엄지발가락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어깨와 팔의 긴장감을 풀면서도 잡으려고 하니 온몸이 부들거렸지만 그래도 잡았다.오늘의 내가 해냈다.
요가를 하면서 좋은 점은, 매일 조금씩 나의 한계를 올려보면서 두려운 마음을 조금씩 몰아낸다는 점이다.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지만 또 그렇다고 억지스럽지도 않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제일 최선으로 더 나아질 수 있게끔 노력한다는 점이 나에게 잘 맞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들에 대한 생각도 들지 않는다.
오로지 나의 성장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못 해도 좋은 요가. 시작해보길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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