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야는데 하루를 마치기엔 아쉬웠는지 침대 속에서 뒤척이다가 잠시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려 봤다. 요새 엄마가 과거에 있던 일을 예전만큼 기억하지 못 하신다는 게 떠올랐다. 그 생각에 잠이 완전히 깨 노트북 앞에 앉았다. 문득 드는 이상한 생각과 불안감에 잠이 들 수가 없었다.
그제는 엄마가 전날 나와 함께 본 TV프로그램을 재방으로 다시 보고 있었다.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는데 엄마는 영 처음 보는 것처럼 보고 계셨다. 같이 봤던 프로그램이란 걸 기억하지 못 하셨다.
엄마는 한번도 무언갈 잊어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이전에 보지 못 했던 모습이라 많이 놀랐다. 그제 TV를 보며 엄마랑 대화를 나눴던 장면을 상기시키며, '엄마~ 필리핀의 블랙 지져스라고 어제 나왔었잖아~'라고 열심히 설명했는데 엄마는 여전히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다행히도 후반부의 몇 장면을 기억하시는 게 보였지만, 나한테는 꽤 충격이었던 것 같다.
또 오늘은, 엄마가 내 방으로 들어오면서 굉장히 궁금한 표정으로 나한테 질문을 했다.'네가 저쪽 문에 걸어놓은 목걸이 말야... 그거 내가 샀던 건가? 그런 것 같긴한데 기억이 안 나'
또 다시 가슴이 철렁했다. 나한테는 너무나 생생한 엄마와의 추억인데, 엄마가 가물가물해 하는 모습이 너무나 낯설었다.나는 또 다시 상기시키기 위해 그날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정말 필사적으로 설명했다.
'엄마... 이건 내가 초등학교 5학년 즘에 아빠가 저녁 먹자고 먹자골목으로 나오라고 해서, 엄마랑 같이 나갔다가... 저녁 먹고 돌아오는 길에 좌판에서 보고 산 거잖아. 기억나? 그때 초가을로 접어들려고 해서 나는 새로 산 가죽자켓 입고 좋아하면서 엄마랑 나갔었는데... 어... 그리고 좌판에 상인은 외국인이었는데 자기가 파는 목걸이랑 팔찌들이 전부 잉카 문명이랑 관련된 거라고 해서, 이날 목걸이랑 전통문양이 칠해진 팔찌도 같이 샀었잖아.'
엄마는 기억이 나지 않는 듯 했다. '기억이 잘 안 나... 근데 이건 내가 골랐던 것 같은 느낌이 있긴 해'
'엄마 가만히 있어봐... 내가 그 팔찌 상자에 넣어놨을텐데 찾아볼게.''아냐~ 그럴 필요 없어~ 저녁 해야 해~ 나중에 보면 되지'
아마도 그냥 가볍게 잊으신 것일거다. 그래도 몇년 전에는 잉카 문명을 운운하면서 팔찌를 판 상인이 어쨌다느니, 그 때 소녀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가 예뻐 보여서 속는 셈 치고 샀다느니 그런 대화를 했었는데...
그냥 가슴이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엄마가 노화로 몸에 변화가 크게 나타날 때마다 덜컥 겁이 난다.시간이 너무 빠르게 간다.
나는 내 인생에서 아직 헤매고 있는데, 항상 방황하고 엄마와 부딪히고 부모님을 제대로 자랑스럽게 해 준 적도 없이 정말 너무나 후회스럽게 살았는데... 부모님과 나의 시간은 멈춤없이 흘러가고 있다. 그걸 눈으로 지켜보는 게 가슴이 미어질 것 같다.
부모님에 대해 아직 알아갈 것도 많고 드려야 할 것도 많다. 이렇게 잊혀지면서 아득해지는 느낌이 너무 싫다.
더 좋은 기억을 만들고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어쩔줄을 모르겠다.부모님과 더 잘 지내봐야지... 더 관심 갖고, 시간을 보내드리고, 얼굴 보며 눈을 보며 대화해야지..후회를 최대한 남기지 않도록, 서로 행복하도록 정말 잘 살아봐야겠다는 석연치 않은 생각을 뒤로 하고 이만 자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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