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형식 주의~
그저 열심히 살고 있었을 뿐인데 갑작스럽게 불안이 심해졌다. 원래 생리 며칠 전에는 약간의 불안 증세가 있지만, 정말 사소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주 전부터 부모님을 잃는 악몽을 두번이나 꾸고, 이유 모를 불안과 분노, 그리고 슬픔을 자주 느꼈다.
현실 세계에서는 아무 일도 없다. 부모님도 건강을 챙기시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계시고, 그 어느 때보다 상황이 좋다. 그럼에도 계속 심장이 뛴다. 괜찮아지다가도, 친밀한 사람들을 잃는 것에 대한 모호한 불안감을 느끼게 되면 온 몸에 긴장이 들어가고, 가슴이 뛴다. 그 외에도 신체적 증상이 있지만 상세한 건 건너 뛰겠다.
요새 내가 무리하고 있었나보다. 부모님과 소중한 주변 사람들을 잃는 것에 대한 비정상적인 불안을 맥락 없이 느끼는 걸 보면 그런 것 같다. 어디서 온 불안이, 이제와서 무의식 속에서 나를 괴롭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불안이 수면에 올라왔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매우 당황스럽다.
괜히 어제는 엄마에게 가서 평소에 하지도 않는 허그를 요청하고 볼도 부비고 그랬다. 엄마는 무척 당황해했다. 감정이라는 것이 희안하게도, 현실 세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있으면서도 그와 별개로 돌아간다. 이러다 질식될 것 같아 고민하던 차에, 댕박사가 운동하러 간다는 말에 힌트를 얻어 나도 뛰러 나갔다. 걷다 뛰다, 뛰다 거다, 호흡을 되찾으면 가슴이 시원해질까 싶어 열심히 뛰었는데 그러다가 일을 쳤다. 더 뛸 수 있었지만 뛰기에는 어려운 상태가 되어 집에 돌아왔다. 그래도 안 뛴 것보다는 나았다.
나는 평소에 항상 마음이 평화로운 편이어서 몰랐는데, 내 마음 구석에는 알 수 없는 작은 불안이 있나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으면 어떡하나라는 불안이 내 마음 속에 있었나 보다. 그 이유는 모르는 게 아니지만, 이유를 안 다고 해서 당장 해결 되는 건 없다. 그저, '그동안 잘 이겨내서 열심히 성장했구나'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건내는 것 외에는.
이런 불안은 신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생기면 더 증폭되는 것 같다. 그래도 여지껏 살면서 항상 괜찮았는데, 요 며칠은 정말 특이하게도 마음이 쥐어짜듯이 힘든 편이다. 당분간은 주변 사람들에게 질척대면서 살아야겠다. 부모님과 댕박사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지만, 약간은 애정을 갈구하면서 평정심을 찾아야겠다.
+) 생리 전 호르몬 변동으로 불면증이 있을 때에는 성가/찬송가를 듣는 게 좋다. 어제 잘 때 귀 옆에 틀고 잤더니 숙면할 수 있었다. 평소에도 힘들 때 잔잔한 성가/찬송가를 들으면 어떨까 싶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