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빗 - 웬디우드
8월 14일 (p. 91 - 126)
p. 91
왜 어떤 습관은 착 붙고, 어떤 습관은 그렇지 않을까? 앞에서 배웠듯이, 단지 뭔가를 알기만 해서는 습관이 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p. 92
이 중에서 특정한 '상황 신호'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선택권을 어떻게 박탈하는지 깊이 파고든 연구가 있다.
p. 93
우리의 식사는 내부 신호가 아닌 접시 위에 남은 상대적인 양, 즉 외부 신호에 의해 중단됐다. 눈앞에 음식이 남아 있는 한, 우리의 식사는 계속 되는 것이다. 자기가 얼마나 먹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이 연구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p. 95
즉 규칙적으로 같은 레스토랑에서 같은 시간에 패스트푸드를 먹는 학생들은 패스트푸드를 먹고 싶은 의도 점수를 낮게 적었음에도 평상시와 똑같이 행동했다. 그들의 의도는 습관과 일치하지 않았다. 패스트푸드를 먹는 습관이 의식 바깥에서 제멋대로 움직인 것이다. (...) 습관적 자아에 점령당하지 않은 우리 삶의 일부분은 우리의 의지에 순응하고, 또한 새로운 습관 형성에도 순응한다.
p. 95
변화는 자신의 수준과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되며, 스스로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는 것보다 더 정확한 자기 인식은 없기 때문이다. (...) 습관이 완전히 형성되기 전까지는 목표와 보상이 필요하다. 이렇게 얻은 보상은 당신이 다음에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도록 부추긴다. 습관이 조금씩 구색을 갖추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과정을 '합승'이라고 부른다. 즉, 학습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굳건히 뿌리를 내리면 비로소 지속성이 창조되는 것이다.
학습 (첫 행위) | 습관 (반복 행위) |
연상 고리 (신경 시스템)이 활발해짐 | 감각운동 고리라는 신경 활동 증가 |
연상 고리는 '미상핵'에 연관 | 조가비행과 관련 있는데, 조가비핵은 |
중뇌와 전전두엽 피질과 함께, 자기 제어/계획/추상적 사고 담당 |
감각운동 피질 등, 감각운동 네트워크 형성 |
: 시작하는 뇌 | : 반복하는 뇌 |
시작하는 뇌와 반복하는 뇌(습관)는 전혀 다르며, 나의 행동이 뇌를 재설계할 수 있다. 그 일을 반복할 수록(습관) 내 뇌 속에서는 새로운 신경 시스템이 계속해서 재구축되는 것이다.
P. 98
뇌와 습관 형성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4만여 년에 걸쳐 축적된 뇌의 비밀 앞에서는 인간의 의지력과 재능과 노력 따위는 너무나도 무력하기 때문이다.
p. 101
우리 삶에서 순수하게 학습의 영역과 습관의 영역을 분리할 수 없다. '목표'에 집중하는 신경 시스템(학습)과 '상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경 시스템(습관)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한편 함께 작동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마다 브런치를 즐기는 습관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습관에 관연하는 뇌의 회로는 그 날짜와 시각이 도래하면(상황) 친구들이 모여 있는 베이글 가게에 가 (반응) 지난 주 발견한 재밌는 책이나 영화를 품평하도록(보상) 당신을 움직인다. 상황과 반응과 보상을 자동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분명 비의식 자아, 즉 습관의 영역 같다. 하지만 카페로 향하는 동안 당신은 친구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어떤 영화를 떠올릴지, 그리고 친구들이 어떻게 반응할 지에 대해 의식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의식적 자아가 개입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행동의 대부분은 신경회로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상호작용에 의존한다.
p. 102
'상황'의 힘
p. 103
인지 능력을 고갈시키는 사전 과제를 충분히 수행했을 때(주의를 분산시키는 장치를 추가하고, 여러 과제를 부여하고 고민할 거리를 주는 것), 그들은 설탕이 몸에 안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원래의 습관대로 음료를 선택했다. 평소 물을 마셨던 사람은 물을 선택한다. 우리가 익숙하게 여기는 환경에서는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습관에 따라 행동하는 게 훨씬 쉽다.
p. 104
사전 과제를 수행하지 않았던 다른 참가자들은 새롭게 슥득한 설탕에 관한 지식을 참고해 신중하게 음료를 선택했다. 그들 중 대다수가 설탕이 든 탄산 음료를 거부했다. 무언가를 주체적으로 판단할 여력이 아직 남았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인지 능력은 무한하지 않다. 두뇌의 힘을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쓰면 쓸수록 고갈되고, 의식적 자아의 위력이 비로소 바닥을 보일 때 습관이 슬며시 등장해 우리의 행동을 장악한다.
(...) 문명의 획기적인 발전은 모두 이 목표 지향적인 의식적 자아 위에서 탄생했다. 우리는 모두 인간 두뇌의 실행 제어 기능의 강력한 힘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능력은 본질적으로 우리의 진을 뺀다. (...) "생각하는 일"은 전투에서 기병대의 돌격과도 같다. 숫자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고, 팔팔한 말들이 필요하며, 오직 결정적 순간에만 동원해야 한다.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며 투입 시점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P. 105
우리가 실행제어 기능을 행사할 때는 그 제어력의 행사가 상대적으로 쉽거나 그렇게 함으로써 얻게 될 보상이 충분히 중요하다고 판단될 때다. 뇌는 비용-편익 분석을 거쳐 자동으로 반응할지 아니면 의식적 자아라는 기병대를 소환할지 판단한다. 양적으로 제한된 정신력의 기회비용을 고려한다면 뇌는 늘 극단적인 긴축을 택할 것이다.
p. 107
우리는 갈 수록 점점 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달리기에 흥미를 잃고, 충동적으로 과소비한다. 당신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더 열심히 운동해서? 더 열심히 노력해서? 그보다는, 처음부터 습관에 의존하는 것은 어떨까? 과다하게 투입하고 있는 노력의 비용을 줄여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가 위험에 빠지는 것은 무언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무언가를 확실히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 마크 트웨인
p. 109
흥미로운 결과는 15분을 참고 기다린 나머지 4분의 1 쪽에서 나왔다. 이 아이들은 어떻게 유혹을 견뎠을까? 마시멜로 두 개를 쟁취한 아이들은 주로 '주의 분산 전략'을 이용했다. 노래를 부르거나 의자를 만지작거렸다. 마시멜로를 구름이나 베개 같이 먹을 수 없는 무언가라고 상상했다. (...) 연구자들은 이러한 경향성을 이른바 '만족 지연'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거창한 능력은 충동성과 반비례하고 성실과 끈기와 정비례한다고 꽤 오랫동안 받아들여졌다. 사람들은 이 만족 지연 능력이 인간의 실행제어 기능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믿으며, 평생에 걸쳐 도움을 줄 좋은 능력이라고 떠받든다. (...) 하지만 인지적 제어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고 효과는 일시적이다. 게다가 실험실에서야 행복한 상상이 몇 분쯤 버티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일상에서는 그러한 의식적인 노력을 쉬지 않고 지속하기란 불가능하다.
p. 111
우리가 적절한 상황에 놓이기만 한다면, 고통스러운 인내의 시간을 겪지 않아도 무언가를 더 쉽게 해낼 수 있지 않을까? 비록 태생적으로 '만족 지연'을 갖지 못 하더라도, 자신의 주변 환경을 개조할 수는 있을 테니 말이다.
p. 112
그들은 늦잠을 잤을 때, 너무 많이 먹었을 때, 꾸물거리고 게으름을 피웠을 때 '후회' 된다고 보고했다. 그때마다 자제력을 발휘해 다음에는 그러지 않으로겨 노력했다고도 말했다. 그들이 유혹을 참아낸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아이들과 달리 학생들은 주의분산 전략이 가장 효과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들의 응답을 모두 검토한 결과 유혹을 이겨내는 데 가장 좋은 전략은 '상황제어 전략'이었다. 상황제어란 행동 치료의 한 기법으로, 특정 반응이 더 많이 일어나거나 덜 일어나도록 환경을 바꾸거나 재배열하는 것을 뜻한다. 즉, 학생들은 유혹이 닥칠 상황 자체를 제거하거나 고의적으로 회피했다. 그들은 편안한 침대가 있는 집을 떠나 도서관에서 공부했고, 냉장고에 있는 초콜릿 케이크를 내다 버렸다.
p. 113
사람들은 말한다. "상황을 탓하지 말고 꿋꿋하게 나아가라!", "묵묵히 참고 견디면 기회가 온다!"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미국 문화의 근원에 있는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떠올린다. (...) 한때 청교도인은 마녀를 화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니까. (...)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이들의 가르침을 신봉하며 자신의 삶을 가혹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자기착취를 끝내야 한다.
p. 113
(자제력이 높은 사람은 삶의 성취도가 높다. 그리고) 그들은 무너질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았다
p. 115
연구 내용: 30분 마다 장치에서 신호음이 나올 때마다 지난 30분간 느낀 욕구에 관해 모두 적는다(먹고/자기,마시기). 그리고 자신의 욕구를 기재할 때 그것들이 자신의 목표와 어떻게 상충하는지도 기록했다. (예: 다시 잠들고 싶은 욕구 - 정시 출근 목표, 디저트를 먹고 싶은 욕구 - 체중 감량이라는 목표)
그들은 과연 욕구를 느낄 때마다 스스로 억제해야겠다고 생각했을까? 그리고 어떻게 욕구에 저항했을까? 다양한 답이 나왔지만, 대부분의 답이 똑같았다. 'A 대신 B를 했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 그들은 이 전략으로 그릇된 충동에서 벗어나 목표를 이루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자제력 점수가 높았던 참가자들이 오히려 욕구에 더 적게 저항했다고 보고한 것이다. 사실 그들은 아예 처음부터 바람직하지 않은 욕구 자체를 느끼지 않았다. 자신의 목표와 상충하는 충동 자체가 많지 않았다. 그들은 하루 중 거의 모든 시간을 마치 마시멜로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살고 있었다. 이와는 반대로 자제력 점수가 낮았던 사람들은 수많은 전투를 치렀다.
자제력 평가 점수가 낮을수록 금욕에 집착하고, 점수가 높을수록 금욕에 집착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 했다는 이 실험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충동에 맞서는 시도는 손가락으로 둑을 막는 것과 같다. 계속해서 의식적 자아를 불러내 욕구에 맞서 싸우는 일은 고통스럽고 외롭다. '생각하는 일'은 동원할 수 있는 숫자가 정해진 기병대와 같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런 사람들은 성적 향상, 승진, 자녀 교육, 저축, 다이어트, 건강한 식습관 등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장기 목표 앞에서 금세 지쳐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다.
(...) 그렇다면 이들은 금욕에 매달리지 않고 어떻게 건강한 행동을 반복했을까? 어떻게 좋은 습관을 몸에 새겼을까? 그들은 별다른 생각 없이 자동으로 운동하러 나갔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언제나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운동을 했다. 운동은 이미 그들의 삶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 있었다.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날마다 작은 성공을 쟁취하고 있었다. 그들은 건강해지기 위해 굳이 입술을 꽉 깨물지 않았다.
p. 119
자제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언제나 '투쟁'이 아니라, '자동화'로 목표를 달성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그들은 목표를 달성하려고 굳이 입술을 꽉 깨물지 않는다
- 그들은 언제나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한 행동을 반복한다
- 그들은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고, 한번 시작하면 고민하지 않는다
- 그들은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날마다 작은 성공을 쟁취한다
- 그들은 투쟁하지 않는다
(...) 자제력이 높은 사람이 자제력이 낮은 사람보다 의지력이 강하고 금욕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자동화에 더 능숙한 것뿐이라는 사실 말이다.
p. 120
첫째, 그들은 바람직하지 않은 욕구를 경험하지 않는다. 마치 환경에 그런 유혹을 녹여낸 것처럼.
둘째, 동일한 시간과 장소에서 같은 일을 반복함으로써 습관을 형성하는 방법을 안다. 무너질 만한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다.
습관 설계 법칙 1: 나를 중심으로 상황을 재배열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