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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했던 독재시대에는 자유와 인권을 가로막는 적이 누구인지 확실히 보였거든요. 그러면 오히려 쉬울 수 있어요. 그런데 이제는 삶의 문제이다 보니, 적이 누구인지,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잘 알 수가 없는 거에요. 이럴 때 빠지기 쉬운 게 바로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취업이 안 되는 건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자기자신에 대해 쫄고 있는 것, 그래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달달 볶아야 하는 것, 청년문제에 대한 그의 진단이었다. “정치권력뿐 아니라 스스로에 대해 쫄지 말아야 하는 겁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삶, 지나온 실패, 앞으로 겪게 될 실패, 어떻게 비춰질까 하는 타인의 시선, 이런 것에 대해 다 쫄지 마라는 것이죠. 실패하고 자빠져도 자기자신을 사랑하면 길이 나오거든요.”
문 이사장의 사무실에는 괘종시계 유리에 쓰여진 ‘축 발전 노무현’이라는 글씨만이 그의 반평생 벗이자 동지였던 노 전 대통령의 흔적으로 남아있었다. 16년 전 문 이사장이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을 때 선물 받은 시계였다. 1995년 그 해는 노 전 대통령이 부산시장에 출마했다 떨어졌던 때. 노 전 대통령은 낙선연설에서 “굽히지 않는, 결코 굴복하지 않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 ‘살아있는 영혼’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누구에게도 쫄지 말 것”, “자유로운 정신으로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것”, 문 이사장의 메시지는 노 전대통령 낙선연설의 데자뷰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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